Tag Archives: JeanGrenier

1511062225 : 섬 : 고양이 물루 : 장그르니에 :

앙고라 종, 페르시아 종, 샴 종의 고양이들 중에도 목껄이가 없는 놈이 숱하고 보면 목걸이가 반드시 타고난 종족적 우월성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에게 귀염받고 자랐음을 표시할 뿐이다. 타고난 우월성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그 고양이가 노골적으로 받은 총애 덕분이므로 그저 주인의 우발적인 기분에만 좌우될 뿐이다. 오늘날 실시되고 있는 목걸이 제도는 다른 많은 제도들과 마찬가지여서 우수한 두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1511012237 : 섬 : 고양이 물루 : 장그르니에 :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자신들을 살찌우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에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 옛날, 안타이오스 신(대지에 닿기만 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신화 속의 인물)과 대지의 신 사이에 존재했던 그 친화를 가장 심각하게 재현하는 것은 바로 그 짐승들이다.

1510241333 : 섬 : 공의 매혹 : 장그르니에 :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1504121645 : 섬 : 장그르니에 :

나는 그 접촉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고 그런 상태의 접촉들을 서로 관련지어 보려고 노력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요컨대 자신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외부 세계와 대비시켜보며 자신의 직관을 하나의 체계로. 그 직관을 고갈시켜 버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유연한 체계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였음직한 그런 반응을 보였어야 마땅할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