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giraa

1804271844 : 약간의거리를둔다 : 존재만으로도등불이될수있다 : 소노아야코 :

오래 전 몸이 불편한 늙은 여자가 매일 밤 길가에 난 창 아래 등불을 걸어놓고 그 거리에 않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를 위해서였다. 어둠에 담긴 거리를 걸어온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등불이었다. 숱한 위협을 뚫고 그 거리에 도착한 여행자는 창 밑에 내걸린 희미한 등불을 보고 안도했을 것이다. 다정한 마음이 자신의 여행과 함께 하고 있음에 안심했을 것이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등불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힘없는 늙은 여인도 타인의 발밑을 밝혀주는 것이 가능하다. 별것이 아닌 친절을 통해 그녀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간의 본질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행복하다. 안도감은 등불을 발견한 여행자만의 것이 아니다.

1804032038 : 심플하게 산다 : 아름답게 : 도미니크로로 :

우아하게 살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롭다. 우아하게 산다는 것은 아침을 먹기 전에 부스스한 머리부터 빗고 밥상에 앉는 것을 말한다. 밥을 먹는 동안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 놓는 것을 말한다. 주변에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은 가능한 한 두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쁜 고급 식기를 찬장에만 넣어 두는 게 아니라 매일 쓰는 것을 말한다.

1609152413 : 애프터 다크 : 알파빌 : 무라카미 하루키 :

호텔 알파빌 사무실. 가오루가 언짢은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엘시디 모니터에는 입구의 시시티브이에 찍힌 영상이 떠있다. 선명한 영상이다. 화면 구석에 시각이 표시되어 있다. 가오루는 종이에 메모한 숫자와 영상에 표시된 시각을 비교하며 마우스를 써서 화면을 빨리 돌렸다가 정지했다가 한다 조작은 순조롭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천장을 우러르며 한숨을 쉰다.

1511062225 : 섬 : 고양이 물루 : 장그르니에 :

앙고라 종, 페르시아 종, 샴 종의 고양이들 중에도 목껄이가 없는 놈이 숱하고 보면 목걸이가 반드시 타고난 종족적 우월성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에게 귀염받고 자랐음을 표시할 뿐이다. 타고난 우월성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그 고양이가 노골적으로 받은 총애 덕분이므로 그저 주인의 우발적인 기분에만 좌우될 뿐이다. 오늘날 실시되고 있는 목걸이 제도는 다른 많은 제도들과 마찬가지여서 우수한 두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1511012237 : 섬 : 고양이 물루 : 장그르니에 :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자신들을 살찌우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에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 옛날, 안타이오스 신(대지에 닿기만 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신화 속의 인물)과 대지의 신 사이에 존재했던 그 친화를 가장 심각하게 재현하는 것은 바로 그 짐승들이다.

1510241333 : 섬 : 공의 매혹 : 장그르니에 :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1505251420 :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 린다 매카트니 :

마지막날 살펴보기로한 약속을 이행하며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길. 기록 의식으로서의 집중 그리고 오브제-아우라-사건을 향한 시선과 관찰. 워크에반스도 역시 아니 맴돌수 없었으며 자연스럽고 오버스럽고 위트스럽고 그런지한 락스타들의 표정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계조도 참 좋았지만. 머라 말할 수 없는 이 갈증.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폰셔터소리 참 의아했고. / DaelimMuseum / #1 #2 #3

1505112330 : How Customers Think : 제럴드 잘트먼 :

인간은 엄청난 양의 정신모형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의식 내부에 잠복해 있다. 따라서 경험을 통해 정신모형이 활성화되더라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를 지각하지 못한다. 단지 우리 경험이 정신모형과 그 핵심을 이루는 기대와 극적으로 상충되는 경우에 한하여 우리 내부의 정신모형을 지각할 수 있다. 

1505061138 : 마이크로타이포그래피 : 요스트호훌리 :

글줄에서는 그 너비만큼이나 그 안에 포함된 낱말사이 공간이나 문장부호 앞뒤 공간 또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글자나 낱말과 관련된 모든 이슈들은 모든 형태의 연속된 텍스트틀에 적용되지만, 글줄에 대한 고려는 한 지면의 타이포그래피 본성의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다뤄져야 한다.

1504291553 : 마이크로타이포그래피 : 요스트호훌리 :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글자사이 공간, 낱말, 낱말사이 공간, 글줄과 글줄사이 공간, 단 등 좀 더 개별적 요소들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들은 흔히 ‘창조적’이라 여겨지는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나 타이포그래퍼들은 이 문제를 종종 무시하곤 한다. #1 #2 #3 #4

1504121645 : 섬 : 장그르니에 :

나는 그 접촉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고 그런 상태의 접촉들을 서로 관련지어 보려고 노력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요컨대 자신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외부 세계와 대비시켜보며 자신의 직관을 하나의 체계로. 그 직관을 고갈시켜 버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유연한 체계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였음직한 그런 반응을 보였어야 마땅할 것이다. #1

1409012333 : 헤르만헤세 :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구도자였으며, 아직도 그렇다. 내 이야기는 유쾌하지 않다. 꾸며낸 이야기들처럼 달콤하거나 조화롭지 않다. 무의미와 혼란, 착란과 꿈의 맛이 난다. 이제 더는 자신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들의 삶처럼.